Deep Dive #2 : 롤렉스 Ref. 2940
[*본 글은 TimeForLab 에 2026년 6월 4일에 기고한 글을 옮긴 글입니다.]
빈티지 시계 수집의 세계에서는 이론이나 개념보다 실제 경험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매달 내 컬렉션에서 한 점의 시계를 선정해, 그 시계를 구성하는 디테일들을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어떤 이유에서 이 시계가 특별한지, 왜 이 시계를 구매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아쉬운지까지 모두 포함해 이야기하는 것이 독자 입장에서도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에서는 빈티지 시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다양한 실제 개체들을 통해 그 매력을 천천히,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
너무 롤렉스 중심의 컬렉터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시리즈 초반에는 롤렉스를 통해 빈티지 시계의 매력을 소개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만간 롤렉스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빈티지 시계들을 다룰 예정이다.
오늘 소개하는 롤렉스 버블백 ref. 2940은, 지난 글에서 다룬 롤렉스 플랫백 ref. 2765에서 이어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에 있는 시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빈티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기에, 지금 시점에서 다루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버블백은 1933년에 처음 등장했으며, 롤렉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계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에 소유했던 여러 버블백들을 이미 상당수 정리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예측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보다도 지금 이 글에서 더 다양한 개체들을 직접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과거에 소유했던 버블백 개체: ref. 3131 “yellow-on-yellow” Erbe-Basel
과거에 소유했던 버블백 개체: ref. 3372 two-tone with Roman sector dial
과거에 소유했던 버블백 개체: ref. 2940 mirror sector salmon dial
물론 이와 같은 개체들을 지금 다시 다루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오늘 소개하는 2940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시계이며, 다이얼 디자인 또한 빈티지 입문자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별도로 작업 중인 글에서는, 오늘날의 데이트저스트까지 이어지는 롤렉스 오이스터 타임온리 시계의 진화를 다룰 예정인데, 그 글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 글이 하나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케이스와 전체적인 실루엣
케이스와 전체적인 실루엣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의 케이스백
이 시계는 지난 글에서 다룬 Ref. 2765와 거의 동일한 실루엣을 공유한다. 다만 케이스백이 보다 두텁고 둥글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케이스 직경 역시 유사하지만, 무브먼트의 차이로 인해 전체적인 두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착용감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의 좌측면 프로파일
플랫백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두텁고 둥글게 떨어지는 러그와 전체적인 케이스의 곡선은 이 시계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 1930/1940년대 시계에서 오늘날 데이트저스트로 이어지는 디자인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의 우측면 프로파일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디자인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롤렉스만큼 스스로의 역사를 꾸준히 이어가는 브랜드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각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만들어내는 능력 역시 인상적이다.
버블백 특유의 케이스 실루엣은 많은 빈티지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요소이지만, 반대로 이 형태 때문에 버블백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수집가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취향이 공존한다는 점 자체가 빈티지 시계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취향이 맥락을 갖추고 나름의 일관성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의 용두
다이얼
오늘 소개하는 2940은 투톤 다이얼과 어플라이드 인덱스를 갖추고 있다. 빈티지 다이얼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이 투톤 구조다. 서로 다른 마감을 통해 빛의 각도에 따라 다이얼의 색감이 미묘하게 변화하는데, 이러한 시각적인 변화는 사진으로 완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 가운데 부분에 회색빛이 진하게 돈다.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 다른 각도의 빛 아래에서는 가운데 부분이 더 하얗게 보인다.
이 시계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핸즈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센터 세컨즈 시계에서 초침이 시·분침보다 짧은 경우는 드물다. 이 시계에서는 다이얼의 미닛 트랙 배치에 맞추기 위해 이러한 비율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계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 짧은 초침과 다이얼의 투톤 마감이 인상적이다.
사실 빈티지 시계에서 핸즈의 길이는 오리지널리티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다이얼의 각 요소들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서로 다른 부품이 결합된, 이른바 ‘레고’ 개체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지난 2765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빈티지 시계에서는 항상 예외가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기본적인 패턴을 이해하고 있다면 적어도 명백히 어색한 개체를 걸러낼 수 있는 기준은 갖추게 된다.
무브먼트
나는 빈티지 시계를 이야기할 때 무브먼트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두지는 않는다. 처음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는 랑에 운트 죄네 다토그래프의 L951.1처럼 화려한 무브먼트에 강하게 끌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자연스럽게 변해왔다. 물론 크로노미터 등 특별한 경우는 예외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이얼과 케이스가 내 우선순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블백의 무브먼트는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롤렉스에서 자동, 즉 퍼페추얼 무브먼트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버블백은 롤렉스가 처음으로 자동 무브먼트를 오이스터(방수) 케이스에 탑재한 시계다. 초기의 버블백 무브먼트는 로터의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이로 인해 케이스백이 둥글게 돌출된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버블백’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 시계에 탑재된 Cal. 9 3/4’’의 양방향 로터와 같은 기술은 이후 다른 롤렉스 자동 무브먼트에도 적용되며 발전의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앞서나가는 기술력이 롤렉스가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컬렉터의 관점에서
롤렉스 버블백 ref. 2940 투톤다이얼: 색감의 차이가 실물로 보면 굉장히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버블백은 최근 빈티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모델 중 하나다. Ref. 2940은 그중에서도 비교적 기본적인 레퍼런스에 해당하지만 이외에도 3131이나 3372 등 다양한 레퍼런스가 존재한다. 이는 1933년부터 1950년대 초중반까지 생산되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 시기는 시계 디자인이 크게 변화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일한 ‘버블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케이스, 다이얼, 핸즈 디자인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그 인기를 이유로 가격 상승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에 재생 다이얼 역시 시장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롤렉스라는 브랜드 특성상 가짜, 그리고 프랑켄 개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구매를 고려할 때는 단순히 가격보다는 오리지널리티와 희소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레퍼런스와 디자인은 버블백의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동시에 입문자에게는 저 요소들이 접근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블백은 빈티지 시계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경험해볼 만한 시계라고 생각한다. 다른 시계들이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한 매력을 지닌 모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