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 #1 : 롤렉스 Ref. 2765

*본 글은 TimeForLab 에 2026년 5월 5일에 기고한 글을 옮긴 글입니다.

빈티지 시계 수집의 세계에서는 이론과 컨셉보다 실제 경험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매월 내 컬렉션에서 특별한 시계 한점을 소개하면서 세세한 디테일들을 하나 하나 이야기해보고싶다.

어떤 이유 때문에 소개 되는 시계가 특별한지, 어떤 이유때문에 구매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점들이 아쉬운지를 전부 이야기 해보면 독자 입장에서도 가장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나는 빈티지 시계에 대해 이론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 Deep Dive 시리즈를 통해 빈티지 시계의 매력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소개하고싶다.

길트 플랫백

타임포랩에서 Deep Dive 시리즈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시계는 롤렉스 플랫백 Ref. 2765 “길트 마제스틱” 다이얼이다 (Rolex Flatback reference 2765 Gilt Majestic Dial). 개인적으로 빈티지 시계 수집을 할 때 브랜드를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지만, 내 수많은 컬렉션 중 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데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로 시작하는 것이 알맞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롤렉스의 시계 한점을 먼저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요즘 빈티지 시계 시장에서 가장 인기 상승이 가파른 모델을 꼽으라면 파텍필립의 레퍼런스 96과 롤렉스 버블백을 빼놓을 수 없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시계활동이 활발해진 오늘날 여러 시계 딜러들이 열심히 시장을 움직이는데, 버블백 뿐만 아니라 초기 롤렉스 오이스터 모델들이 전체적으로 가파른 가격상승을 보이고 있다. 오늘 이야기 하는 시계는 매우 특별한 다이얼을 지닌 롤렉스 플랫백이다.

케이스와 전체적인 실루엣

빈티지 시계를 논하다 보면 레퍼런스 넘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게된다. 주로 레퍼런스 번호는 케이스 디자인 기반이고, 그 후 무브먼트의 차이에 따라 번호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케이스를 탑재한 센터 세컨드 모델과 스몰 세컨드 모델들은 다른 레퍼런스 번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케이스가 동일하다면 다이얼 디자인과 레이아웃이 다양해도 레퍼런스 번호는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빈티지 시계의 세상에서 언제나 예외는 있다).

오늘 소개하는 롤렉스 플랫백 Ref. 2765의 경우 버블백(예: Ref. 2764)의 수동 버전이라고 이야기하면 이해가 편할것이다. 롤렉스의 초창기 방수 모델로 이러한 방수 시계들을 일컫는 오이스터 라인업의 시초 중 하나이다. 플랫백 2765는 버블백 2764와 같은 케이스 실루엣을 지니고 있으며, 케이스 직경 또한 대표적인 버블백 모델들과 동일하다. 물론 두꺼운 자동 무브먼트가 아닌 일반적인 수동 무브먼트가 탑재되었기 때문에 손목에 더 가깝게 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두께 차이가 상당해서 위에서 봤을 때 같은 사이즈의 시계지만 실제 착용감은 전혀 다르다.

두텁고 둥글게 표현된 러그, 전체적인 케이스의 곡선 모두 지금은 아이콘이 되어버린 오이스터 케이스의 실루엣이다. 특히 옆에서 보면 이 30년대 빈티지 시계에서 오늘날의 데이트저스트를 떠올릴 수 있다.

처음 하이엔드 시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화려한 기능과 훌륭한 무브먼트 마감에 매혹되어 간혹 롤렉스를 비하하는데, 사실 롤렉스가 대단한 이유는 이런 디자인 DNA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현대화해간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의 연속성에 있어서 롤렉스만큼 스스로의 역사를 존중하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각 시대의 아이콘을 생성하기도 했다).

나는 롤렉스의 독보적인 용두 디자인 또한 이 시대의 롤렉스를 진정한 아이콘으로 만들어 주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하는 2765 플랫백에는 오버사이즈 크라운(oversized crown)이 탑재되어 있고, 이 모델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오이스터 모델들에는 그 시계를 위해 디자인된 일반적이지 않은 용두가 탑재되어있다.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여러가지 시대별 대표 모델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롤렉스의 진화를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차츰 하나씩 소개 하겠지만, 이 라인업에는 초창기 오이스터 (Early Oyster), 플랫백 (Flatback), 버블백 (Bubbleback; Ovetto), 세미버블백 (Semi-Bubbleback), 오베토네 (Ovettone), 그리고 데이트저스트 (Datejust)가 포함될 예정이다.

여담이지만 이 시계에서는 러그홀이 한쪽 방향에만 뚫려 있는 것과 같은 재미있는 빈티지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이얼과 핸즈

이렇게 인기 많은 나름의 “주류” 모델에서도 역시 다이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한데 (빈티지 시계에서는 다이얼에 따라 같은 모델 사이에서도 가격이 10배 이상도 차이가 난다), 오늘 소개하는 2765 개체는 매우 특별한 다이얼을 탑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Majestic” (마제스틱) 다이얼 이라고 불리는 나름 롤렉스의 아이코닉한 다이얼이다. 기본적으로는 섹터 다이얼 레이아웃에, 롤렉스만의 디자인 요소들이 추가 되어서 이런 명칭이 생기게 되었다. 짝수를 아라빅숫자로 표현한 섹터 다이얼을 베이스로, 레일로드 분 트랙 (minutes track) 밑에 점표 분 인덱스(dot minutes indices)가 추가되었다. 5분 단위의 인덱스는 조금 더 크게 만들어 이용자의 편의를 신경썼다.

이 시계가 보다 더 특별한 점은 바로 이 마제스틱 다이얼이 검판의 길트다이얼로 처리 되었다는것이다.

여기서 길트다이얼에 관해 간단히라도 더 이야기 해 보고 싶다. 빈티지 롤렉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서브마리너, 익스플로러, GMT를 통해 길트다이얼 이란 단어를 많이 접해봤을것이다. 이 맥락에서 말하는 “길트”는 단순히 금색의 색상을 칭하는 말이 아니다. 빈티지의 길트다이얼은 꽤나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서 탄생한다. 길트다이얼은 단순히 검은색으로 칠해진 다어일에 밝은 색으로(주로 yellow/silver/copper) 프린팅 한것이 아니다.

길트다이얼은 일반적인 다이얼을 생산할 때와 같이 아무것도 없는 다이얼 판에 양각으로 인쇄된다. 다만, 길트 다이얼을 생산할 때는 이 인쇄가 투명한 래커로 진행 된다 (길트의 색이 여러가지일 때는 해당 색상을 프린팅 후). 그래서 일차적인 디자인이 인쇄 된 후에도 언뜻 봐서는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것 같이 보인다. 이러한 다이얼 위에 검은색 전기도금을 진행하면, 래커는 전도성이 없기 때문에 노출된, 프린팅 처리 되지 않은 다이얼 금속 부분에만 도금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완성된 길트 다이얼을 자세히 보면 디자인 요소들이 음각인 것이다.

생산이 훨씬 번거로운 길트다이얼은 대체적으로 일반적인 다이얼보다 훨씬 희귀하고 가치가 있다. 가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다이얼 디자인이어도 블랙 길트로 처리 되었을 시 시계의 가격이 두배 이상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가격의 차이와 더불어 희소성과 컬렉팅 가치도 더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길트다이얼을 선호할 이유는 다양하다.

케이스에 관해 이야기 할 때도 언급했지만, 롤렉스는 과거의 디자인 DNA를 오늘날까지 잘 이어오는 브랜드이다. 이 플랫백 2765의 메르세데스 핸즈도 이 말을 뒷받침해준다. 메르세데스 핸즈는 이 시대의 롤렉스에서도 꽤나 희귀한 핸즈지만, 사실 이런 핸즈는 동 시대의 다른 브랜드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90년이 지난 지금도 서브마리너와 같은 현행 모델에서 이러한 30년대 모델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다이얼에 적혀진 문구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Rolex Oyster”는 롤렉스의 방수 시계를 뜻하던 말이다. 앞에서 초창기 오이스터라는 말로 언급 되었다. “Chronometer” 와 “Observatory”는 시계의 정확도에 관한 말이다. 나름의 검증을 받아야 쓸 수 있었던 문구들로, 이러한 표현과 표기들이 이 당시 롤렉스가 얼마나 훌륭한 시계를 만들고, 또 그것을 얼마나 잘 마케팅 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까지 계승되었고, 지금은 빼놓을 수 없는 “Oyster Perpetual”, “Superlative Chronometer Officially Certified” 같은 다이얼 표기들을 존재하게 만들었다.

빈티지 시계 시장의 이해와 접근법

앞서 설명했듯이 오늘 이야기 한 플랫백 2765는 동 모델 중 매우 특별한 개체다. 이 모델 자체도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인기가 많아서, 이 시계를 가지고 있던 컬렉터에게 판매를 권유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역시 나도 상당한 값을 지불하고 구매를 했다 - 일반적으로 찾을 수 있는 “흔한” 플랫백에 비하면 그 당시 시세로 3-4배정도는 지불했던걸로 기억한다.

빈티지 시계에 처음 입문을 하면 다이얼에 그렇게나 큰 가격적 차이를 두는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계를 언급하며 반드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살 수 있는 개체 중 가장 다이얼이 뛰어난걸 구매하는게 나중에 후회가 적다는것이다.  판매를 할 때도 구매자를 찾기 비교적 쉽고, 투자를 목적으로 시계를 구매하는건 추천하지 않지만 가격상승의 확률이 가장 높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건 바로, 이러한 시계들은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컬렉터들과 만났을 때 이야기할 부분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빈티지 시계를 구매할 때는 용의 꼬리 보다는 뱀의 머리를 구매하라.” - 내가 빈티지 시계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을 만나면 거듭 말씀드리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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